[영화] 포드v페라리: 사실과 허구 사이의 절묘한 명작. (스포 있음.)
- review
- 2020. 1. 15. 22:02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저의 마음은 너무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이 되었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때문이었죠.
켄처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독보적인 실력으로 남과 타협하지 않고, 순수하게 오로지 자기 일에 집중했던 사람이, 사회의 여러 가지 벽에 부딪쳐서, 그에 걸맞은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는 장면과 함께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퇴장하는 장면이... 와...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특히 한 바퀴 반이나 앞서고 있는 켄의 GT40의 기어가 내려가는 순간. 와... 이건 뭐... 마음속으로 '다시 기어 올리고 액셀 밟아라!'를 계속 외쳤네요.
그래도 뭐 기다렸다가 비슷하게 들어가더라도 1등만 하면 되지 뭐...라며 합리화했지만... 뒤통수치는 '내구레이스 규칙!!!' '아니, 자동차 레이스가 먼저 들어오면 장땡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뭐 저만 그런 규칙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실존 인물들도 모르니까 그렇게 장난치다 공로자가 뒤바뀐 것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당한 사람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역사에 남는 건데...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이런 장난을 치다니... 어차피 1,2,3,등 포드가 다 먹었으니, 자동차 성능에 대한 홍보는 저절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 일 텐데...
<성공의 공식 표물러>라는 책의 제4공식인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한다."라는 공식도 생각이 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났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조사해보니 영화 <포드v페라리>는 다큐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게 됐죠.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많은 허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포드가 1966년 르망 24에서 1,2,3등으로 들어온 점이나, 켄 마일스가 명예에 전당에 올라갈 정도로 훌륭한 천재 드라이버였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결승점 아이디어를 포드의 부사장이 제안했다는 점은 헨리 포드2세가 지시한 것을 리오 비비 부사장이 전달했다고 하는 논란이 있기도 하고, 포드사가 출전한 이유가 페라리 회장의 독설에 포드 2세가 빡!!! 쳐서 페라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는 영화 내용도, 영화적 각색이 들어갔다고 하네요. 뭐 '엔초 페라리'의 유명한 독설 때문에 슈퍼 카의 양대 산맥인 '람보르기니'가 만들어졌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니까, 포드 2세가 '엔초 페라리'의 독설에 화가 나서 레이싱 경기에 뛰어들었다는 설정은 정말 설득력 있었습니다.
악역으로 나왔던 부사장인 '리오 비비'도 주위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고, 무능하게 표현 되었던 마케팅 책임자 '리 아이아코카'도 알고 보니 실제로 '1달러 연봉 신화'로 유명한 전설적인 사업가 였더군요.
여기까지 알고 나니, 그럼 이제 제 마음속에 끌어 오르던, 그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약간의 분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사실을 기초로 했지만, 픽션은 픽션인데, 픽션에 화를 내기도 뭣하고, 지금 기분은 사실 좀 뻘쭘하네요. 제가 쓸쓸함을 느끼고, 세상의 부조리에 화가 나게 할 만큼, 영화가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죠. 어쩌겠습니까...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러닝타임은 152분입니다. 2시간 3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요, 나오는 배우들도, 연기를 잘해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맷 데이먼','크리스찬 베일'이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이번에도 자신의 주특기인 체중 감량을 시전하셨더군요. 무려 약 30kg이나 감량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말씀드리기 전에, 영화를 보다가 아주 인상에 남았던 점을 말씀드리자면, 1966년 그 시절 르망 24에서는 레이싱 대회에서 출발하기 전에 드라이버가 자동차의 밖에서부터 대기하다가, 시작하면 뛰어서 차 문을 열고 들어가서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는 점이 참 신기하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스포츠카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죠. 포르쉐와 페라리의 시동키 꽂는 위치가 문 쪽에 있었다는 것을요. 그게 차 문을 열고 바로 시동키를 꽂으면서 차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이런 작은 차이가 기록에도 많은 영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론은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잘 버무린 아주 재미있는 명작이었다.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알고 봐도 재밌습니다. 르망 24시나 레이싱 대회의 규칙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 항상 좋은 날 보내시고요. 보너스 이미지 투척합니다.
사진의 내용은 페라리의 반격입니다. 1966년 포드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페라리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페라리가 아니었습니다. 다음 해 1997년 미국의 데이토나 24에서 포드의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페라리가 당당하게 1,2,3위로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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